260905_ 직관 후기 (리그 27R, vs. 전북)
때로는 살면서 마가 낀 기간을 거치기도 하는 법이다. 내게는 2020년이 딱 그랬는데, 손대는 것마다 죄다 실패하는 상황을 거진 1년 가까이 겪다보니 꽤 강한 우울이 찾아왔었다. 기어이 그 해 말미에는, 다신 손대지 않으리라 다짐하던 풋볼매니저 시리즈까지 시작하게 만들만큼.
그러나 삼재니 뭐니 하는 미신마저 위로가 되는 그 기간에도, 어쨌건 부단히 노력했던 것들이 아주 쓸모가 없진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가면, 그 시절의 실패들이 저마다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며 발전하게 되었으니까. 올 시즌은 뭘해도 조금 힘들 수 있을 테니까, 모쪼록 다들 마음에 상처받지 말고 축구보러 가는 여정 자체를 즐겁게 대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딴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아주 팀이 힘드니까 별 생각을 다 한다. 그치?

(걸개도 거꾸로 걸고 뭔가 화가 단단히 난 MGB.)
야아아아앍!!! 미친 놈들아 앰프 소리 좀 낮추라 ㅅㅂ 다들 귀터질 거 같아서 귀막은 거 안 보이냐고ㅡㅡ 쟤들 걸개 거꾸로 건 것 보는데, 기시감이 드는 것이 또 앰프로 항의하는 거 묻으려고 그러냐? 아 근데 올해 다닌 직관 중 최고조로 불쾌한 수준의 데시벨이었음. 귀가 얼얼할만큼.
(전반)
- 약속된 플레이보다는 악으로 밀어내는 느낌이 있고, 전북 애들은 왠지 위축된 구석은 보이는 것 같지만 체급이 있어서 그런가... 팽팽하게 흐르는 경기 전개가 몹시 낯설다. 혹시 오늘은?
- 상혁이 볼처리 때마다 터지는 탄식이 흡사 다름슈타트의 교-진이 신인 시절을 연상시킨다. 아이고 상혁아...로 가는건가 이거? 그치만 호재랑 넌 다른 선수잖아. 네 장점이 더 살 수 있는 방향을 계속 생각해보자.
- 서웅이는 많이 여유가 생겼고, 확실히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편린이 경기 내내 곧잘 새어나온다. 하지만 파이널써드만 가면 온 선수들이... 음... 이런게 세금이라면 세금인가.
- 센터백 듀오나 완지햄 용성기 모두 날이 선선해지니 경기력이 올라온다. 노인네 스틸러스ㅠㅠ
- 정원시가 오른쪽에서 인사이드로 들어오는 플레이 위주로 하니 상대의 오른쪽 공간을 맛나게는 못 쓰는 것 같다. 왼쪽 위주로 볼 돌려서 아이솔레이션 내지는 빈 공간 유발하는 것 치곤 거기서의 매서움이 좀 아쉽긴 함. 근데 뭐 사실 시즌 내내 하는 소리이기도 해...
- 리그의 슈퍼스타(웃음) 파울이 어땠길래? 최근 안구에 이슈가 있어서 일순 제대로 안 보였는데, 발이 어디까지 올라왔던 것? 사람들이 다들 극대노하는데 못 따라갔다.
(후반)
- 그래서 경기력이 좆망이었냐하면 그건 솔직히 아니라고는 생각한다. 물론 순간순간 석나가는 장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마무리 슈팅이 어설프고, 슈팅 갈기면 벌금인 것마냥 쫄아있던 것도 솔직히 개빡치긴 하고, 크로스 구질은 그냥 말하기 싫다. 뭐야 그럼 뭘보고 경기력도르를 논할 수 있나 생각하면, 최소한 오늘은 그럼에도 상대 진영에서 목적성을 가진 움직임은 봤으니까...
- 글쎄다. 늘상 축구라는 게 if가 붙긴 하겠지. 용성기가 완벽히 오픈된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성민이가 볼 처리를 성공했다면. 완지햄이 마킹을 놓치지 않았다면... 오늘의 경기는 전형적으로 '지표는 좋은' 팀의 모습 그 자체였고, xg값이 어쩌고저쩌고 하기 전에 실패 경험의 누적으로 피니시가 되지 못하는 게 도드라진 경기였지 않나. 그런 숱한 아쉬움이 조금씩은 개선되어야할텐데. 올 시즌의 경향은 큰 틀에선 개선의 반대 방향에 가까워서, 부글대는 마음으로 선수를 맞이한다.

- 감독님과 주장이 개별로 서포터즈에게 찾아와 연신 고개를 숙이고, 그래도 우째든 스틸러스 콜을 하고, 그 와중에 코치는 왜 또 쌈붙을 기세인건가. 음... 여러 의미로 지랄맞은 기분이다.
아무튼 또 졌어! 견훤로가 있는 도시라 그런가 자꾸 견훤 짤이 떠오른다. 뭣 이번엔 아주 대떡이 났다고오!
...그러니 나는 전주에 맛난거 먹으러 간 거야. 축구는 걍 그 여정에서 본 거고..

(진미반점, 해물물짜장)
오늘의 먹부림 : 전주의 명물 물짜장을 처음 접했다. 된장을 짜장과 같이 쓰는 집이랬는데, 다음에 방문하면 된장짜장을 시도해봐야지. 칼칼한 짜장이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면의 질감도 좋았다. 약간 사천짜장 생각이 나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한국식 터치가 있는 것이 춘장볶을 때 된장도 같이 사용됐나하는 생각도 해봤다(아니겠지). 재방문의사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