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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스포츠에 정치 논리 가져오지 않는 건 그리도 어려운 일인걸까

ruru
230 6 3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055/0001357964

 

 

 

 몇 년 전까지 수원 주민이었지만, 여태 수엪위민 경기 본 적은 없다. 종합운동장 쪽 배너로 걸린 것 보고 존재 정도만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솔직히 여축은 지금도 관심 대상이 아니니까. 그러니 수엪이 지던 이기던 아무 생각없이 '그런갑다~'하고 지나갔어야 정상이었을 터다. 모르긴 몰라도 여축 리그 경기 관중이나 시청자 숫자 고려하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축구 커뮤니티 곳곳에서 이 경기가 꽤 다른 관점에서 사람들 복장을 뒤집어놓는 광경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아니, 조금 정확히 말하면 K리그 각 팀 팬들의 복장을 뒤집어놨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 홈 경기장에서 클럽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원정팀 응원을 강제하는 광경을, 주말에 축구 보러 경기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에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게 만드는 작태이나, 애써 짜증을 눌러참고서 이러한 결정이 나온 배경을 건조하게 생각해본다. 어떤 이들처럼 정치적인 고려에 매몰되어 사고하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말이다.

 

 

 

 첫 문단부터 얘기했다시피, 이 경기가 애초에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경기라는 부분이 가장 먼저일듯 하다. 상대가 다른 국가의 팀이었다면, '세금구단' 운운하는 댓글이나 '지소연이 아직 현역?' 정도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 전부였겠지. 만약 팬덤 규모가 훨씬 큰 KBO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허 총재의 분노는 차치하고 그 팀 팬들부터 항의 민원으로 담당 부서 마비시켰을 것 같은데.

 

 다음은, 구단주들이 프로스포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해도가 형편없다는 것도 한 몫 단단히 거든다. 특히나 연고 의식을 중심으로 팀들이 마구 생기고 있는 K리그의 경우, 근 몇 년 사이 구단 운영 자체에 대한 이상 징조들이 보이는 경우가 제법 늘었다. 신생 구단의 한계라고 말하기엔, 이들의 구단주 역할인 대부분의 지자체장은 예외적인 경우(안양)를 제외한다면, 생전 경기장과는 거리를 두었던 분들이 더 많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구단주로서 가져가야 할 포지셔닝을 못 잡고서 너무 깊숙이 개입하거나, 아예 방치에 가깝게 놔두는 형태가 산발적으로 터지는 것이 아닐지. 이번 이슈에서 구단주가 어떠한 의견을 냈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는데, 물론 중앙정부의 결정이기는 하나 구단의 수장이라면 불편함 정도는 명백히 표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해본다.

 

 정말 한 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한축구협회 또한 이번 사태에서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분들의 행보에 대해서는 솔직히 더 적을 필요도 없으니 패스. 너네는 기대도 안 했어...

 

 마지막으로 통일부와 문체부. 사실 문제의 원흉이라 말해도 무방할 것 같은데, 특히나 3억의 금액을 배정해서 특정 시민단체들을 경기장에 '초청'하고, 응원도구를 만들어 '양 팀을 응원하도록' 배포하겠다는 그 발상부터가 감히 끔찍하다고 단언한다. 아마도 여기서 못 참고 쌍욕을 뱉어낸 사람들이 가장 많지 않을까. 그 와중에 문체부는 협회보다도 위에 있는 유관부서임에도 당당하게 리그에 큰 엿을 먹이고선 당당한 모습. 뭐 이런저런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슬펐던 부분은 그런 결정의 기저에 깔려있을법한, '돈 내고 경기 관람한다고?'에 가까운 심리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디폴트로 깔려 있다는 점이다. 프로스포츠를 산업의 논리로 보지 않는 거겠지. 어찌보면 시민들에게 기꺼이 베푸는 무엇이라고 보는 게 아니고서야, 저렇게나 당당하게 '금액은 입장권과 응원도구 제작에 대해 적당한 수준으로 책정'과 같은 망언을 쏟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도 큰 규모의 상금을 걸고서 전력으로 겨루는 지역별 최상위 토너먼트에서.

 

 

 

 이미 경기는 끝났고, 나는 출장지에서 또다시 술독에서 기어나오지 못한 채 회고하듯 글을 쓰고 있다. 한심함을 넘어서 거꾸로 돌아가는 작태(나는 숙소도 뺏겼다는 얘기에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속에서도 고개 들고 싸운 수엪위민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유사한 상황이 우리팀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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