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 플옵 2차전 주관적 감상.txt
왜 '2차전'으로 한정하냐면, 1차전은 두 경기 다 못 봤음ㅋㅋㅋ;;
그래도 2차전은 두 경기 다 각잡고 봤으니까... 여러모로 느낀 점이 많았던 경기였다. 뭐랄까, 리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느낌이라 멸망전이라 불리기도 하는 승강 플레이오프는 2년 전부터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내년도 내 서포팅에 항상 경각심을 울리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챙겨볼 것 같음.
1. 제주 vs. 수원
○ 개인적으로 수원이 제2의 고향인 터라, 1부에서 수원 더비가 이뤄지기 바라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음. 하이라이트로만 접한 1차전은 그럭저럭 박빙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동기부여 측면에서 더욱 우위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수원의 우세를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었는데...
○ FA컵 결승전이 심판진의 경기 제어 실패로 형편없었다면, 이 경기는 베테랑 선수들의 감정 제어 실패로 형편없는 경기가 되었다는 단촐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때 우리팀이기도 했던 완규햄이 말도 안 되는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하고, 또다른 팀의 베테랑인 이기제 선수는 (조금 가혹한 판정이었단 개인적 견해는 차치하더라도) 다이렉트 퇴장으로 팀을 절망으로 빠트리고야 말았다. 이거 완전 시즌 초 수인더비 때 그 듀오 아니야? 삼일절 만세 퇴장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았는데, 이걸 수미상관마냥 시즌 제일 중요한 경기에 재현한다고?
○ 시즌 내내 수원의 수비 전술에 이슈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제주의 악착같은 수비가 돋보이는 모먼트가 많았던 경기. 특히나 륜성이는 오래도록 우리팀 팬들의 배를 아프게 할 싹이 보였다는 개인적인 견해. 심지어 훈광신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경기 후 인터뷰 내용을 복기해보면, 수비코치 훈광신도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 축구도, 야구도 결국 우승팀은 단단한 수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수비 위주의 팀이 유리해'라고 곡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 경기의 교훈 아니었을까. 요지는, 팀적으로 수비와 공격 시퀀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 감코진이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제주는 경기 내내 웅크리는 모습을 보일지언정 의도한 공격 시퀀스를 '짧고 명료하게' 보여주었으며, 수원은 '복잡하고 다단하게' 공격 시퀀스를 이어갔으나 방점을 찍어내지 못했던 경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주의 포백이 매우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과 별개로, 수원 선수들은 리그 최고 수준의 응원에는 부합하지 않는 경기력이지 않았는가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도 한 터럭 덧대볼 수 있던 경기.
2. 수원FC vs. 부천
○ 올해 안양의 유병훈 감독이 그러했듯, 부천의 이영민 감독 역시 훌륭한 메타인지를 갖추고 있다는 개인적인 평가를 내어본다. 어떤 것이 팀의 강점인지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팀을 단단하게 구성했다는 것이 잘 드러난 경기. 특히나 사소한 번뜩임만을 간헐적으로 꺼내들던 바사니를, 리그2에서도 '에이스'라는 말에 모자람이 없도록 각성시킨 부분은 한 번쯤은 우리 팀에서도 고민해볼 대목. 조르지, 주닝요와 같은 리그2의 지배자들을 양 윙어로 두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 그와 대조적으로, 팀 장악에 실패했는지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샤프한 감독의 인터뷰. 플옵에서 선수 저격 인터뷰라는 자충수는, 2부리그에서의 수원 더비라는 호러블한 결과물로 돌아왔다. 물론 시즌 내내 수비 전술에서 또렷한 답을 내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늘 경기에서 수비진이 보여준 경기력을 보면 마냥 감독 탓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한 스푼 더해본다. 갈레고의 연타석 홈런 아니었다면 스코어는 처참했을 것.
○ 부천 또한 오랜 역사와 낭만을 지닌 팀이기에, 외국인 선수들 역시 그 헤리티지에 존경을 표하는 모습이 인상깊다. 특히나 오늘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카즈는, 닐손 주니어가 그렇듯 상당히 오랜 기간 팀에 헌신하며 기어이 승격이라는 구단의 역사를 달성하는 공신이 되었다. 오늘자 싸박의 모습과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었는데, 팀의 명예라는 것이 단기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마다 우리 모두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있다는 걸 기억하며 행동해야 마땅할 터이다. 청암 선생님을 비롯하여, 구단의 역사를 함께해준 선배님들에게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 헤르메스(부천FC 서포터즈)의 눈물. 포트리스(수원FC 서포터즈)의 눈물보다도, 그들의 낭만이 한껏 돋보였다는 제 3자의 감상을, 부디 수원FC 팬들이 섭섭하게 듣진 않았으면 한다. 그만큼 헤르메스의 응원에는 처절함이 맺혀있었고, 경기 내내 그들의 음성이 중계 소리를 가득 메웠던 경기였다. 홈 경기를 방불케하는 악에 받친 응원소리. 26년도 K리그, 그리고 아챔2의 경기에서 우리가 왜 목소리를 높여 피치 위의 선수들을 지지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경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렇게 시즌 모든 리그 경기가 끝났지만, 우리는 아직 목요일에 아챔2 마지막 리그 경기가 남아있다(못 이기면 안 되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해당 경기가 마무리되고, 개인적으로도 바쁜 일정이 마무리 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시즌을 차분히 회고하면서 글을 쓸 예정. 많은 이적 루머들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도 내년의 우리가 지금껏 그러했듯이 영원히 강하길 희망하며, 승격한 부천과 잔류한 제주에게 축하를. 강등된 수원FC와 승격에 실패한 수원삼성에게 위로를 건네는 월요일 밤이다.
p.s. 저 자리에 울산이 있었으면 얼마나 재밌게 봤을까.... 라는 생각을 끝끝내 못 참았던 사람들은 개추ㅋㅋㅋㅋ





